우리 세대는 체육관 대통령을 뽑던 시절에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싸움으로 직접 투표권을 얻어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시대는 우리 세대로 끝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다시 그때의 비장함으로 선거를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얼마나 비참한 시대인가.
선거란 내가 뽑고 싶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이젠 최악을 막기 위해서 선거를 해야 하는 시대다.
최악을 막기 위한 선거라니...
이 얼마나 불행한 시대인가.
우리 딸들에게 많이 미안해진다.
나의 딸에게는 이런 시대를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하구나.
그러나 부디 이번 선거를 통해 저 강물이 흐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바람아, 불어다오.
그리고 삽질을 멈추어다오.
두물머리에 십자가가 서 있다.
뿌리도 없는 나무 십자가는 이 봄을 지나면서 싹을 틔웠다.
부디 저 나무 십자가가 푸르른 나무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싹이 난 십자가 아래에 앉은 최영선 알렉산델 수사님과 털보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이 두 사람을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내려다 보고 있다.
나는 그 아래서 십자가를 오래도록 올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