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가 원고를 털자마자 둘이 내뺄 생각을 하다가 제일 처음 친구네 터에 들르기로 했다. 용문에 터를 마련했던 친구인데 마음놓고 한번도 들르지 못했는데 이제야 들러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워낙 강원도행을 즐겨하는 터라, 그 중간 기착지인 용문 친구네 터는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는지라 나의 터가 아니라도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도착하자마다 털보, 트위터 친구들에게 한방 쏴주는 센스~
나는 마당에 널려있는 돌맹이를 치우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밭 하나 만들까 했더니 그 사이, 이렇게 작은 밭을 만들고 있는 털보. 오, 강원도 영월 출신답게 자세나오는 걸.^^
정말 뚝딱뚝딱 밭 하나를 만들었다. 배추나 무우를 심을 시기는 다 지났는데 뭘 심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없이 그냥 밭을 하나 뚝딱 만들었다.
나는 옆에서 커다란 돌을 하나 캐내고는 밭 옆에 두어 쉬어갈 수 있는 의자로 만들었다.
밭을 만들면서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땅이 기름지지 않으니 일단 밭을 만들면 거름을 주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밭을 만들고 청운면에 나가서 비료와 월동춘채 씨앗을 사왔다. 무우와 배추는 이미 시기가 지나있었던 것. 농사는 그 때와 시기가 중요하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해의 길이가 짧아지고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밭을 가는 농부는 어리석다 하였거늘 이 초보농사꾼들은 일단 밭을 만들어 겨울을 날 씨앗을 뿌린 것이다. ㅋ
털보는 비료를 다 주고 나더니 긴 꼬챙이로 구멍을 내주면서 그곳에 씨앗을 3~5알 정도씩 일정하게 뿌리라고 했다. 난생 처음 하는 일이라 그런지 재미났다. 이 작은 씨앗이 땅에서 썪어서 작은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니 신기했다. 씨앗을 다 뿌리고 씨앗 주변으로 물을 뿌려주었다.
씨앗상회에서 사온 비료와 월동춘채. 이른 봄에 밭에서 뽑아먹는 열무라고 한다. 이것이 추운 겨울을 나고 이른 봄에 그 딱딱한 땅을 뚫고 새싹이 올라올까...^^
밭하나 뚝딱 만들고 컨테이너 아래 누워서 바라본 하늘.
요렇게 누워서 사진을 찍으시는 털보. 점심에 드신 짬뽕과 막걸리로 얼큰하게 취하셨다. ㅋ
요건 입맛 다시는 짬뽕 이야기~
청운면 삼거리에 있는 옛날짜장 전문점. 이름은 짜장 전문점인데 털보는 짬뽕, 나는 짜장면을 시켰다. 털보가 노래방에 가면 즐겨부르는 황신혜 밴드의 짬뽕. 오랜만에 그 노래 듣고 싶네.^^
짬뽕인지 홍합탕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많이 들어있는 홍합. 짬뽕과 함께 갖다주는 그릇에 한그득 홍합 껍질이 담겨있다. 다른 사람들 식탁을 둘러보니 이 집 짬뽕은 유명한 듯. 모두 짬뽕 한그릇씩 놓여있다. 산더미같은 홍합 껍질과 함께. 짬뽕 국물 맛은 정말 시원하고 얼큰하니 맛, 일품이었다. 털보는 이 짬뽕에 막걸리까지 한 잔 하셨으니 얼큰 얼큰, 아주 얼큰하셨다. ㅋ
옛날짜장 전문점 내부. 맛도 맛이지만 써빙하는 분이 친절하고 아름다웠다. 메뉴에 막걸리가 없었는데 한가한 시간이라며 가게에서 사다주기까지 하셨던 것.
이렇게 맛있고, 양도 많고, 친절하기까지 하니, 우리는 점심 시간을 지나서 들어갔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아무래도 청운면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집 같았다. 으, 오늘같은 날 짬뽕 국물 후르륵해주면 좋을텐데~ 쩝.
친구네 밭터에 나의 밭을 만들고 용문을 지나 강원도 도덕고개를 넘어 드라이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본 석양.
결혼 할 때 언덕 위에 하얀집을 지어주겠다던 친구 남편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터를 마련한 것이다. 아직은 집터만 장만한 상태지만 그곳에 하얀 집이 들어앉게 되면 20여년 전, 결혼 때의 약속을 지키게 되는 셈이다. 그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 터를 아기자기하게 가꾸는 친구 부부를 보면서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기도해본다.
어이, 칭구~ 주말은 너희 터지만, 주중은 우리 터인거 알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