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가기 전에 들렀던 경남 하동의 평사리. 둘레길이 목적이었는데 이곳 평사리에 발을 딛는 순간, 둘레길에 대한 미련을 잊게 만들었다. 섬진강변을 끼고 있는 이곳의 따뜻한 빛과 공기, 바람은 깨끗했다.
우리가 여행 갔을 때 과천 어린이 대공원에서 말레이곰이 탈출했었다. 혹시 그 곰이 따뜻한 바람과 빛을 찾아 이곳에 온 것이 아니냐고 한마디씩 하면서 웃었다.
강변의 모래결. 그곳에서 털보는 트윗으로 섬진강변을 날리고 나는 두 사람의 그림자 놀이를 하고 있었다.
강변의 고운 물결과 바람, 그리고 아침빛.
강변 모래뻘에 가지가 무성한 나무. 바람도 빛도 나무도 다 그대로 풍경이 되는 곳이다.
아니 왜,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을 찍고 있는겨? ㅋㅋ
물결이 모래뻘에 스치고 지나간 풍경 위에 내 그림자를 얹어서 나도 한 컷.
고운 모래, 고운 빛... 그대로 살려두고 싶지 않은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이 나무는 어디서부터 떠내려온 것인가. 그냥 그곳에 있어도 하나의 풍경이 되는구나.
우리가 밟고 지났던 발자국들.
대나무 숲이 산자락을 배경으로 서 있다.
그 전날 마셨던 술자리는 이곳에서 먹은 재첩국으로 말끔히 해결했다. 재첩국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토지의 셋트장 최참판댁.
윤씨마님이 최참판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오래도록 박경리 작가와 토지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곳곳에 따뜻한 양지 바른 곳에 앉아서 농사지은 것들을 팔고 있는 할머니들.
평사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한산사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평사리 평야와 부부송, 그리고 구불구불 흐르는 아름다운 섬진강변.
어느 해 봄철이던가. 이 강변을 지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강가에 피어있는 매화꽃에 취해서 강물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번 겨울 섬진강가는 강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물의 맨 얼굴을 본 느낌이다. 화장하지 않은 수수한 맨 얼굴. 섬진강이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다. 강의 맨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