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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이야기

볼수록 사랑스러운 아이들



아이들과 성경학교에 다녀올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성경학교의 가장 큰 수확은 혜림이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여름 성경학교 이후로 혜림이를 여러모로 관찰한 결과 늘 무언가를 흥얼흥얼 거리며 노래하면서 심하게 몸을 흔든다는 것이다. 몸을 흔들다 못해 사랑부실이 좁을 정도로 방방 뛰며 소리지른다. 게다가 괴성을 지르지 않을 때는 늘 자신없는 소리로, 늘 기죽은 소리로 웅얼웅얼거린다. 괴성도 괴롭지만 입속에서 웅얼거리는 작은 소리도 어찌나 귀에 거슬리는지 모른다. 흡사 잘못 맞춰진 라디오의 주파수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기계음과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웅얼거리다가 기분이 좋아지면 갑자기 몸을 흔들며 박수를 치고 사랑부실을 뛰어다닌다. 

하지만 이번 성경학교에서는 혜림이가 마이크를 잡고 찬양을 했다. 늘 웅얼거리던 소리를 버리고 똑똑한 소리를 내어 찬양을 한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두들 놀라워 했다. 사실 나도 많이 놀랐다. 나는 찬양을 가르치지 않았다. 다만 늘 웅얼거리는 그 소리에서 일정한 음정이 있다는 걸 발견했고, 소리를 내서 노래하지는 않지만 찬양 가사를 거의 다 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그리고 직접 소리내어 노래할 수 있게끔 늘 입모양을 크게 하면서 큰 소리로 소리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마도 몇번 소리를 내면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조금씩 문장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번 성경학교에서 혜림이를 위한 무대를 마련해주었다. 정말로 노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반반 정도였다. 그러나 나의 의심 반 믿음 반은 믿음 쪽으로 기울어 모두가 혜림이의 괴성이 아닌, 웅얼거리는 소리가 아닌. 똑똑한 목소리로 부르는 찬양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찬양 뿐만 아니라 십계명 중에 제1계명을 외워서 발표했다. 비록 내 입모양을 보면서 따라한 것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발표할 수 있었다. 정말 우리 아이들은 볼수록 놀랍다. 황무지처럼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우리 아이들은 만지고 보살필수록 보석같은 것이 만져지고, 이 보석은 닦으면 닦을수록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한다. 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감히 나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그 분을 만난 것 같아 떨리고 설레였다.



이번 성경학교의 폭탄 엔돌핀^^ 한 토막. 
임진각을 다녀온 우리는 사랑부실에서 십계명 공부를 반별로 하다가 발표회를 가졌다. 발표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김한기 선생님께 노래를 부탁드렸는데 마이크를 근사하게 잡으시더니 "똑바로 보고 싶어요"라는 찬양을 시작했다. 

그런데 찬양이 갑자기 트로트 뽕짝이 되면서 박자가 늘어지고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열창을 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아무도 웃지 못하고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짱구도 아닌, 우리 사랑부 호프 현우가 뛰쳐나간 것이다. 이때부터 상황은 반전. ㅋㅋㅋ

뛰쳐나간 현우가 마이크를 잡더니 음정 박자 똑똑하게 맞춰가며 노래를 시작했다.^^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갑자기 노래는 트로트와 음정박자 정확한 노래와의 이중창이 되었다. 어디서도 한번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우리 사랑부에만 들을 수 있는 멋진, 그리고 포복절도할 이중창^^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우린 모두 포복절도하여 다 쓰러져 누웠는데도 이 막강한 두 분은 끝까지~, 끝까지 노래를 다 부르셨던 것이다. (아, 이 생각만 하면 지금도 배가 아파요.. 너무 웃어서...ㅋㅋ)


우와~ 나는 이번 성경학교에서 
울 털보보다 더 음정박자 제멋대로인 사람을 사랑부에서 만났을 뿐이고...
우리 현우가 있는 한 음치도, 박치도 꼼짝못할 뿐이고...
난, 그저 사랑부실에서 굴렀을 뿐이고...ㅋㅋㅋ

털보님, 현우 앞에서 절대 마이크 잡지 마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