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미지로 보는 세상

두물머리의 하루 - 7월 10일


여린 풀들이 콘크리트를 밀어올리고 싹을 틔우는 건
그 어미의 어미의 어미의 푸른 기억을 
태어나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시인 풍경님이 말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오면
두물머리의 초록은 그 어미의 어미의 어미의 푸른 기억과
흙을 삶의 토대로 사는 농부의 농부의 농부의 땀을
태어나기 전부터 가지고,
비가오는 날이든, 바람이 부는 날이든, 흐린 날이든, 해가 뜨거운 날이든,
고요히 목숨같은 생명을 내미는 일이다.



지난 해 푸른 머리를 길렀던 십자가 나무가 올해는 쭈뼛쭈뼛 가시머리를 하고 서 있다.
지난 해 너무 추웠나보다. 
 
그러나 어느 봄날
두물머리의 강물을 휘감는 포근한 바람이 이불처럼 덮으니 
딱딱한 땅을 뚫고 싹을 틔워 푸른 잎으로 피워올랐다.
 
이 땅의 평화는 위로부터 내려오기에는 막힌 곳이 너무 많아 
가장 밑바닥인 아래로부터 올라야 한다는 것처럼.

마치 우리의 이웃으로 이 땅의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처럼
오늘도 오셔서 두물머리에 계신다.


---------

몇몇 표현들은 시인 풍경님의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