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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밭 뻘 밭 부드러움 속엔 집들이 참 많기도 하지 집들이 다 구멍이네 구멍에서 태어난 물들 모여 만든 집들도 다 구멍이네 딱딱한 모시조개 구멍 옆 게 구멍 낙지 구멍 갯지렁이 구멍 그 옆에도 또 구멍구멍구멍 딱딱한 놈들도 부드러운 놈들도 제 몸보다 높은 곳에 집을 지은 놈 하나 없네 -----함 민 복 가을 빛이 완연하다. 뻘 가득 가을이 그득하다. 차가운 바람도 가을 빛으로 좀 따뜻해지려나... 나이가 드니 추운 바람보다 좀 따뜻함이 더 그립고, 따뜻한 사람이 그립다. 저 빛 속에 따뜻함이 보였으면, 저 뻘 속에 따뜻함이 느껴졌으면, 그래서 저 뻘이 추운 겨울 잘 지내고 따뜻한 봄을 가장 먼저 데리고 왔으면... 저 뻘이... 더보기
말을 들어주는 것... 일년동안, 학교 다니는 것 빼고, 돈을 버는 것 이외의 것을 배워본 건 졸업 후 처음이다. 그러니까 거의 20년만에 강의실에 앉아봤다고나 할까.. 이제 두번의 강의만 더 받으면 졸업이다. 그 날 장봉도의 하늘이 너무나 높고 푸르렀다. 그곳의 사람들도 밝고 맑았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갈 곳없는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공간을 이룬 사랑이 샘솟는 자리이다. 그곳에서 들은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처음 예림원을 시작해서 20년 동안은 장애인들에게 많은 말을 했지만, 지금부터 20년 동안은 장애인들의 말을 많이 듣겠습니다."라고 했던 것. 무엇을 해주는 것도 뜻깊은 일이었을테지만 이제부터는 비장애인의 입장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말을 온전히 들어주는 것, 그보다 더 큰 배려와 사랑이 있을까... 더보기
장봉도에서 인천 장봉도에서(2006.11.11) 공부하는 곳에서 장봉도로 1박2일 웍샵을 다녀왔다. 내가 아는 사람의 어머님이 장봉도가 고향이라서 장봉도 얘기를 가끔 듣기도 하고 그곳에 언제 한번 놀러가자는 얘기도 했었던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장봉도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지만 친근한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이틀동안 머물다 왔다. 섬을 전체적으로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섬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은 잘 알 수 없으나 하이킹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섬이 아름답고 하이킹 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섬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다음에 갈 때는 자전거를 싣고 가야지. 웍샵을 마치고 나오면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 선착장에 포크레인이 하나 놓여있었다. 그 포크레인을 모델로 삼아 내 그림자를 함께 담아봤다. 포크레인과.. 더보기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가끔 산이나 들로 나갈 때 이름모를 꽃들이나 산나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그래서 꽃이나 산나물에 관련된 책을 보면서 이름을 익히고 모양을 익혀보았었다. 그러나 내 생활의 본거지가 도시, 서울, 천호동 끝자락 주택단지이다보니 꽃모양이나 이름을 익힌들 금방 모양과 이름이 연결이 되질 않았다. 그래도 사진을 찍어와서 찾아보면서 그 이름을 찾아주고 있는 셈이다. 아니, 원래 그 이름이 있었는데 내가 불러주질 않아서 이름이 없었으며 있으면서도 없는 것이나 진배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꽃을 찍어와서 이름불러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꽃이나 산나물이나 산새들만이 아니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듣지 못하는 농아인들에겐 더욱 절실한 얘기였다. 그들에겐 새나 꽃이나 물고기가 있어도,.. 더보기
요즘 나는... 요즘 나는... 이렇게 지내고 있다. 사진을 찍던 털보를 늘 따라다니기만 하다가 이렇게 직접 찍고 있다. 그러다 문득 털보가 찍은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담은 내 모습이 보고 싶었다. 큰 사진은 나를 길게 늘어뜨려놓고 찍은 것이며 또 하나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다. 그러니까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짓은 사진을 찍고, 기록하고, 그리고 사물들이 말을 걸도록 나를 내버려두고 있다. 사진을 찍지 않을 때는 사물이 그냥 휙휙 지나갔었다. 그러나 요즘은 뷰 파인더를 통해서 사물들이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있는 것 같다.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그림이 새롭고, 사각 프레임 속에서 풍경을 빼고 더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이 짓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아니 재미를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좀더 열심히 해보고 싶.. 더보기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 호 승 더보기
강화 함허동천에서 강화 함허동천 입구에서 (2006.11.4) 길을 양쪽에 두고 한쪽은 은행이 노랗게 물들었고, 한쪽은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아마도 어제, 그제 내린 비로 노란 잎은 많이 떨어졌을 것이고, 파란 은행은 노랗게 물들었을 것이다. 강화의 함허동천에서 올라가면 마니산 정상과 만난다고 했다. 언젠가 저 산도 올라가보리라. 참으로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가을이면 나무나 꽃이 노랗고, 빨갛게 물드는 것은 가을이 되어서 물드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원래부터 나무가 갖고 있는 색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은행나무는 노란색소를 원래부터 갖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어떻게 여름내내 초록잎만 보이냐구...ㅎㅎ 나무나 꽃은 여름내내 광합성을 해야 살기 때문에 원래의 색을 파란색 밑에 감추고 있다가 기온.. 더보기
강화 동막해수욕장에서 강화에서 (2006. 11. 4), 윗사진은 동막해수욕장 가기 전, 아래 사진은 동막해수욕장. 더보기